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 위해 촬영한 영상이 60시간분이라면, 편집팀은 그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돌려보며 필요한 장면을 골라야 한다. 3~4일이 꼬박 걸리는 이 과정을 AI 영상 분석 서비스 하나로 2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다면 어떨까. 네이버클라우드가 2025년 선보인 MAIU(Media AI Understanding)는 영상 속 인물, 행동, 배경, 대사를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메타데이터를 생성하고, 텍스트 검색만으로 원하는 장면을 찾아주는 미디어 AI 자동화 서비스다.

방송 편집팀이 마주하는 현실: 60시간 영상과 3~4일
드라마나 예능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촬영 현장에서 담아오는 원본 영상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 1편 제작 기준으로 3,600분, 즉 60시간 분량의 영상이 촬영된다. 편집팀은 이 방대한 분량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확인하면서 쓸 만한 장면을 추려내는 작업에 3~4일을 할애해야 했다.
기존 AI 도구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AI 영상 분석 솔루션은 프레임 단위로 개별 객체를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화면에 사람이 있는지, 자동차가 있는지 정도는 감지할 수 있었지만, "주인공이 비를 맞으며 걷는 장면"이라는 맥락까지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편집자가 그런 장면을 찾으려면 결국 눈으로 직접 훑는 수밖에 없었다.
AI 영상 편집 자동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송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도구는 부재했던 셈이다. 방송제작 자동화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MAIU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MAIU란 무엇인가: 씬(Scene) 단위 맥락 이해 AI
MAIU는 네이버클라우드의 AI 기술과 미디어 기술이 결합된 AI 영상 분석 서비스다. 2025년 5월 KOBA 2025에서 처음 공개됐고, 같은 해 6월 정식 출시됐다. 서비스 이름 'Media AI Understanding'이 함축하듯,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영상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솔루션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분석 단위다. 기존 도구들이 개별 프레임을 기준으로 객체를 감지했다면, MAIU는 씬(Scene, 의미 있는 맥락 단위의 장면)을 기준으로 영상 전체를 파악한다. 특정 인물이 등장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대사를 했는지까지를 하나의 씬으로 묶어 분석하기 때문에, 상황과 맥락을 담은 검색이 가능해진다.
기술 엔진은 네이버의 멀티모달 AI 엔진 'Sinossi'를 기반으로 한다. 영상, 음성, 텍스트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여서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과 말로 오가는 대화를 통합해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이 미디어 AI 자동화의 핵심이다. 단순 검색이 아니라, 영상 전체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바꿔내는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위 비교에서 보이듯, 프레임 단위 분석은 개별 장면을 낱개로 처리하는 반면 씬 단위 분석은 관련 장면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묶어 이해한다. MAIU가 "주인공이 비를 맞으며 걷는 장면"처럼 상황 맥락을 담은 검색을 지원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분석 구조의 차이다.

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씬 단위로 분석하고, 인물/행동/배경/대사 등의 메타데이터를 자동 생성한다. 이후 키워드나 자연어로 원하는 장면을 검색해 편집에 바로 활용하는 구조다.
MAIU 5가지 핵심 기능, 실제 화면으로 확인
기능을 나열하는 것보다 실제로 어떤 일이 가능해지는지를 보는 게 낫다. 공식 제공된 UI 화면을 바탕으로 각 기능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순서대로 살펴봤다.
씬(Scene) 단위 구간 분할, 1시간 영상을 5분 만에
영상을 업로드하면 MAIU는 자동으로 의미 있는 구간 단위로 분할하고, 각 씬의 썸네일과 상세 정보를 목록으로 정리한다. 공식 문서 기준으로 1시간 분량의 영상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이다. 편집자는 전체 영상을 직접 돌려보는 대신, 씬 목록을 훑으면서 원하는 구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위 화면처럼 54개의 씬으로 정리된 드라마 영상에서, 편집자는 원하는 씬을 클릭 한 번으로 바로 찾아갈 수 있다. 각 씬에는 주요 키워드, 인물, 행동 분류 정보가 함께 표시되므로 썸네일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된다.
인물 인식 및 타임라인 추적: 클릭 한 번으로 전체 등장 구간 확인
인공지능 영상 인식이 실용적으로 쓰이려면 사람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MAIU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특정 인물 이름을 클릭하면 그 인물이 영상 어느 구간에 몇 번 등장했는지를 타임라인으로 시각화해 보여준다. 객체, 행동, 시공간, 촬영기법을 포함해 약 800개 키워드를 인식할 수 있다.

화면에서 인물1은 76회 등장 구간이 타임라인에 초록색으로 표시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분량을 확인하거나, 특정 인물의 등장 씬만 모아서 편집해야 할 때 이 기능이 실질적인 시간 절약이 된다.
자동 화자 구분 및 스크립트 정리: 자동자막 생성의 기반
음성 인식은 화자를 구분해서 처리한다. 화자인식기술 기반으로 누가 말했는지를 자동으로 레이블링하고, 대사를 타임코드와 함께 정리된 스크립트로 출력한다. 화자 레이블은 직접 수정할 수도 있어, 자동자막 생성 작업에서 후처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장면별, 화자별로 정리된 스크립트는 자막 제작 용도 외에도 "특정 대사가 등장하는 씬"을 텍스트로 검색하는 데 활용된다. 특정 인물이 어떤 말을 했던 장면을 찾고 싶을 때, 대사 키워드를 입력하면 된다.
키워드 검색: 원하는 장면, 수작업 없이 바로
찾고 싶은 장면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해당 키워드가 등장하는 씬이 즉시 목록으로 나타난다. 객체, 행동, 장소, 시간대 등 약 800개 키워드를 지원하므로, 편집자가 원하는 장면을 수동으로 찾는 작업이 사실상 사라진다.

'빌리지'를 검색하자 해당 장면이 포함된 씬이 바로 추출된 화면이다. 단어 하나로 원하는 장면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검색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자연어 검색: "남자 주인공이 강가에서 달리는 장면"
키워드 검색에서 더 나아가, MAIU는 자연어 문장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단어 하나가 아니라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을 그대로 입력하면 된다. "공책을 보고 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처럼 상황을 묘사한 표현으로도 검색이 작동한다.

검색 결과가 없더라도 '직접 추가' 기능을 통해 해당 씬을 직접 지정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쌓아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색 정확도가 높아지는 구조다. 이 자연어 검색 기능이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편집자가 떠올리는 방식 그대로 장면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KBS와의 업무협약: 방송 AI 시대의 시작
MAIU의 기술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 2025년 7월 24일에 있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와 KBS 박장범 사장이 네이버 본사 '1784'에서 AI 분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협약의 핵심은 네이버클라우드 MAIU 기술과 HyperClova X, 클라우드 인프라를 KBS의 60년 방송 아카이브와 결합하는 것이다.

KBS 입장에서 이 협약은 수십 년간 쌓아온 방대한 영상 자산을 체계적으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시도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실제 방송 환경에서 MAIU를 검증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다. 두 조직이 교환하는 건 기술과 콘텐츠인 셈이다.
협약을 통해 공동 추진 예정인 사업 중에는 공공 서비스도 포함된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재난 상황 대응 시스템이 그것이다. MAIU의 자동자막 생성 기능이 단순한 편집 도구에 그치지 않고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실시간 자막 생성, 숏폼 자동 편집, 인터랙티브 콘텐츠 개발 등도 공동 기획 과제로 언급됐다.
글로벌 경쟁 제품과 비교: 가격은 1/3, 기능은?
AI 영상 분석 서비스 시장에는 이미 AWS Rekognition Video, Google Cloud Video Intelligence, Microsoft Azure Video Indexer, 그리고 Twelve Labs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각자의 클라우드 생태계와 연동되는 강점이 있고, 브랜드 신뢰도도 높다.
네이버클라우드는 MAIU의 정식 출시 가격을 글로벌 경쟁 제품 대비 최대 1/3 수준으로 책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수치만으로도 포스트프로덕션 AI 도입을 검토하는 B2B 담당자에게는 의미 있는 차이다. 그러나 가격 이외에 기능 측면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 항목 | MAIU | AWS Rekognition Video | Google Cloud Video Intelligence |
|---|---|---|---|
| 분석 단위 | 씬(Scene) 단위 | 프레임 단위 | 프레임 단위 |
| 자연어 검색 | 지원 | 제한적 | 제한적 |
| 한국어 최적화 | 네이티브 수준 | 보통 | 보통 |
| JSON 메타데이터 출력 | 지원 | 지원 | 지원 |
| 가격 (정식 출시 기준) | 경쟁 대비 최대 1/3 | 기준가 | 기준가 |

글로벌 제품들의 프레임 단위 분석이 나쁜 건 아니다. 특정 객체 감지나 얼굴 인식 같은 용도에서는 여전히 강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어 방송 콘텐츠를 다루고, 맥락 기반 장면 검색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MAIU의 접근 방식이 더 직접적인 해답에 가깝다.
MAIU 활용 분야: 방송에서 스포츠, 교육까지
MAIU가 풀어주는 문제는 방송 편집팀만의 것이 아니다. 대량의 영상 자산을 관리하고 검색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비슷한 구조의 어려움이 있다.
- 방송 및 OTT 포스트프로덕션. 드라마, 예능 촬영본에서 필요한 씬을 빠르게 추출하고 편집 방향을 잡는 데 활용한다. 3~4일 걸리던 1차 분석 작업이 2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 미디어 아카이빙. 수십 년치 방송 영상을 텍스트 기반으로 검색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KBS 협약이 이 활용 방향의 대표적인 사례다.
- 교육 콘텐츠 요약. 강의 영상에서 특정 개념이나 키워드가 등장하는 구간을 자동으로 추출해 학습자에게 필요한 부분만 제공할 수 있다.
- 스포츠 하이라이트. 특정 선수가 등장하거나 특정 플레이가 발생한 구간을 자동으로 찾아 하이라이트 편집에 바로 활용한다.
- 라이브 스트리밍 분석.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영상의 내용을 인덱싱하고, 이후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저장한다.

방송 제작 현장에서 쌓이는 영상 데이터의 양은 해마다 늘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확산으로 같은 촬영분에서 더 많은 버전의 편집본을 뽑아야 하는 수요도 생겼다. 미디어 AI 자동화가 단순한 효율화 도구에서 제작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흐름이다.
AI 영상 분석이 바꾸는 제작 현장
60시간 촬영분을 3~4일에 걸쳐 분석하던 방식은 MAIU를 사용하면 2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에 편집자가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느냐다. 반복적인 영상 탐색 작업에서 벗어나 실제 창의적인 편집 판단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게 AI 영상 분석 서비스가 가져오는 실질적인 변화다.
씬 단위 맥락 분석, 인물 타임라인, 자동 화자 구분, 키워드와 자연어 검색까지 각 기능은 독립적으로도 유용하지만, 이 기능들이 하나의 워크플로우 안에서 연결될 때 진짜 힘이 나온다. KBS와의 협약은 이 기술이 실제 방송 환경에서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포스트프로덕션 담당자, 방송사 아카이브 팀, OTT 플랫폼 기술팀이라면 MAIU를 직접 확인해볼 만하다. 글로벌 경쟁 제품 대비 최대 1/3 수준의 가격에, 한국어 콘텐츠에 최적화된 맥락 기반 분석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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